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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강만 달빛
조회|157
작성자 |이병만
작성일 |2017.12.08

미쳤다.

어젯밤  열시에 남해 앵강만  달빛을 보러 갔다.

이상하리만치 부푸른 달이 고요한 밤바다를 내리비치고 있었다.


바다 물빛은 남빛보다 검정색으로 은빛 달빛만이 잔 파도에 묻어

수없이 작은 물빛으로 반짝이며 빛나고 있었다.

추위에 볼이 얼었을까?

볼테기가 잔뜩 부어오른 보름달은 가여웠다.

이 추운 12월 한파에 하늘 높이 솟아 올라  찬 허공에서 떨고 있는 모습 안쓰러웠다.

따듯한 솜이불이라도 덮어주고 싶었다.


달빛을 받고픈 잔 물결들이야 신바람 나서 어깨를 들썩이며 자잘자잘  웃고떠들며

신바람 나 있겠지만  허공위에 달은 무슨 연유로  무슨 죄로 홀로 떨고 있는 걸까?

나도 차밖으로 나와 찬연히 빛나는 바달 바라보다 오래 견디지 못하고 차안으로 들어갔지만

길에는 차 한대 오가지 않고 포구는 불빛 서너개 밝혀두고 적막에 잠기고

어둑한 길에 새소리 짐승울음  일절 없다.


내 팔자도 기구하다.

이 겨울 한복판에 남쪽 태평양 앞바다로 달빛이나 보러오다니 안됬다 싶다.

그러나 난 초봄에도 여름에도 시월에도 보름밤엔 여길 왔었다.

통쾌하게 열린 광활한 바다위에 찬란하게 빛나는 달빛이 그리워서.


이상하게 나는 어려서부터 달밤이면  잠을 못이루고 동네 근처를 돌아다녔다.

달빛에 젖은 풀잎 곡식 과수원 황톳길 갯둑을 환한 달빛을 받으며 헤매고 다녔다.

무엇보다도 달빛에 흠뻑 젖어 은빛으로 잘게 부서져 흐르는 한냇가 시냇물속에 

첨벙 들어가 물고기들과 놀고 모랫가에 누군가의 이름도 써보며

혼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갯둑에 앉아 있으면 가득핀 여름 들꽃들의 향내가 밤바람 타고  콧속으로 스며들었다.


건너편 미류나무 이파리들이 달빛에 젖어 부드러운 바람결에 일제히 잘게 흐르는

 환희로 숨막히던 광경은 너무나 황홀하여  뒷날 내 꿈속에서도 수없이 나타났다.

 나는 그 순간  풀꽃이 되어 시내가 되어 미류나무 이파리가 되어  여름밤 달빛

그 푸른 신비에 도취되었다.


작은 짐승 ,달밤만 되면 환한 달무리에 홀려 산야와 시내를 밤새 해매다니는

한마리 순한 몽유병 소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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